[기고] 세계는 의료비 고민중…

오진 줄이는 ‘2차소견’ 주목

관련 기사 바로가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483257

 

미국은 세계 최고 의료 수준과 인력, 최첨단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미국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너무나 많다. 그 이유는 바로 비싼 의료비 때문이다. 미국은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8%(2013년 기준)이며, 2020년에는 약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GDP는 약 19조달러, 이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금액은 약 3조4200억달러인 셈이다. 국민의 엄청난 의료비 부담은 미국 경제성장과 국민 통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의료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6~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메디가이드 국제 심포지엄(MediGuide International Inaugural Symposium)’에서도 주요 화두는 의료비 절감이었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캔서 문샷 2020(Cancer Moonshot 2020)’ 프로젝트와 ‘추천진단과 최종진단(referral and final diagnosis), 즉 2차 소견(Second Opinion)’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조지프 바이든이었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사업에 관심이 많은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최신 글로벌 의료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했다.

바이드 전 부통령은 뇌종양으로 사망한 아들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막강한 파워를 앞세워 세계 누구든 전화 한 통화로 연결할 수 있는 부통령이라는 차별적 우위에 있었지만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의료기술이 빠르게 혁신하고 있지만 의료인과 병원들이 연구성과 및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병원은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공유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없었다.

또한 아무리 우수한 신진 연구자나 기관이라도 유명한 의사나 기관과 연계되지 않으면 단독으로 암연구 정부과제를 수주할 수 없었다. 연구과제를 수주해도 무려 80% 이상이 임상시험이 끝나더라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NASA(미국항공우주국)와 같은 연구기관은 연구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결과를 전 세계에 발표하지만 의료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캔서 문샷’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연구가 끝난 후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하루에 1만달러의 벌금규정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게끔 유도했다. 의료정보 공개는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는 효율적인 질병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종양학자들이 면역학자들과 협업을 일상적으로 하게 된 이유도 의료의 정보공개에 따른 선순환이라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설명했다.

미국은 오진이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2차 소견, 즉 다른 의사에게 다시 한번 진단(Second Opinion)을 받아보자는 움직임 역시 환자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미국 최고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이 올해 1월 발표한 ‘추천진단과 최종진단이 얼마나 자주 변하고 바뀌게 되는지’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외래환자의 약 5%는 오진을 경험한다. 부검 결과를 통해 오진으로 사망한 환자는 약 10%이며, 병원의 오진으로 인해 부작용을 겪고 있는 환자는 6~17%를 차지한다. 오진은 “환자의 건강문제에 대한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설명을 하지 못하거나 그 설명을 환자에게 알리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정의된다.

2차 소견을 찾는 환자는 심각한 질병,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또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진단받을 때다. 1차 진단을 맡았던 메이오클리닉 내과 전문의에게 추천받은 환자 286명을 대상으로 2차소견의 질적 수준, 2차 소견과 최종 진단 간의 일치 수준을 살펴보니 12%는 2차 소견이 최종 진단으로 그대로 확인됐고, 66%는 2차 소견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최종 진단보다 질적 수준이 약간 떨어졌고, 21%는 2차 소견이 최종 진단과 완전히 달랐다. 특히 비뇨생식기, 호흡기, 정신병적 상태에서 진단 차이가 컸다.

2차 소견은 모든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진단하기 어렵고 질 높은 전문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2차 소견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진은 치료가 늦어지고 합병증으로 인한 치료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심지어는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  미래는 정밀의학이다. 전제 조건은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의료정보의 데이터 축적이다. 미국 의료계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덕영 아라케어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