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또는 모든 치료법 알 수 없어…잘 안 낫고 헷갈릴 땐 2차 소견을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치료로 개인·국가 의료비 절감에 한몫
美 시장 5년 내 62억달러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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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한 명의 의사나 한 병원의 진료·치료법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의사나 병원에서 2차 소견, 즉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중병에 걸렸을 때 처음부터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이나 국가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장점 때문에 새로운 의료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2차 소견 시장은 35억달러(약 4조원·2014년 기준)로 추산된다.

의료시장 분석 전문기관 인더스트리ARC는 “의료과실(medical error)이 해마다 증가하고 여기에 보험회사가 고객의 효율적인 건강관리 측면에서 2차 의료 소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세컨드 오피니언 시장이 2017년부터 연평균 17.2%씩 성장해 2023년 62억3000만달러(약 7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 유럽 등 초진(初診) 오진율이 8%에 달하며 잘못된 치료로 인한 의료과실로 미국에서만 해마다 약 25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암이나 중증질환은 진단과 치료 방향에 따라 명운(命運)이 달려 있기 때문에 좋은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목숨을 지키려면 병원과 의사에게 전적으로 일임하지 말고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모토 아쓰시 일본 암환자지원협회 이사장(암통합의료 코디네이터·약학 박사)은 최근 발간한 `가족 치료로 암을 없앤다`라는 책에서 “환자가 주도적으로 병원과 의사를 고르는 것을 `자기 선택` `자기 결정` `자기 책임`”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자와 그 가족이 주연이며 병원과 의사는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며 올바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한 병원이나 의사에게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병원은 질병마다 표준 치료법이라는 진료 가이드라인이 있다. 각 학회가 그 시점에서 다양한 의학적 지견을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정한 것이다.

의사 개개인은 환자의 각종 검사 결과에 근거해 질병을 진단하고 병명을 붙인 후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치료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양질의 의료를 균등하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 의사가 외국에서 시행돼 성공한 치료법에 대한 논문을 발견해도 그 치료법이 가이드라인에 기재돼 있지 않으면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로 국경을 초월해 세계 최고 병원과 그 의사에게 진단과 치료법을 묻는 `2차 소견 글로벌 주치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2차 소견 서비스는 암이나 심뇌혈관, 당뇨 등 중증질환에서 `내가 받은 진단과 치료법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의문이 들 때나 치료를 해도 낫지 않을 경우 적합하다. 의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한 의사가 모든 치료법을 다 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또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 내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주치의와 관계가 나빠질까 봐 걱정돼 2차 소견을 받는다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의사를 바꾸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와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2016년 국립암센터 연구팀과 국내 13개 의료기관 암 전문의 678명을 대상으로 암 환자의 `2차 의견`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암 전문의 96%가 2차 의견을 암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응답했고, 2차 의견이 환자의 만족도(77%)와 치료의 질(74%)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모토 이사장은 “`나와 가족에게 아주 중요한 결단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사 의견을 듣고 싶다`고 주치의에게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담당 의사가 싫어하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 자신의 진단이나 치료에 자신이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병원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차 소견은 오진을 막고 수긍이 가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좋은 점은 의사가 환자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상담해 준다는 것이다. 노모토 이사장은 “요금이 다소 비싸더라도 그만큼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아라케어`가 미국 메디가이드(MediGuide)와 손잡고 2차 소견 글로벌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디가이드는 하버드대 의대 병원, 존스홉킨스병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피츠버그대 의료센터, 다나파버 암연구소, 보스턴 아동전문병원 등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의료센터 100여 곳과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주치의 서비스를 신청하면 10~15일 이내로 2차 의료 소견이 제공된다. KB생명보험 가입자나 매경헬스를 통해서도 글로벌 주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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